전부터 레바테인으로 꼭 소설 풀메탈패닉의 하이라이트를 재현하고 싶었는데,
이번에 리볼텍 레바테인을 받아서 일단 19권의 장면을 재현해봤습니다.

워낙에 찍사가 불량이고, 주변에 다른 기체들이나 배경이 없어서 혼자서 쌩쇼하는 느낌도 있지만,
글의 이미지를 최대한 살려보려고 노력했습니다.


※네타주의 : 지금부터 풀메탈패닉 19권 후반부의 내용이 아주 적나라하게 나오기 때문에
혹시나 소설이나 만화를 아직 접하지 않은 분들은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전략-



“사가라! 지금부터 레바테인을 떨어뜨릴 테니 좋을 대로 써!”
“레바….., 뭐라고?”

<미스릴> 정보부 소속이었던 에이전트 레이스는 계속해서 외쳤다.

“레바테인이다! 하긴 본인의 자칭이지만!”
“이런 고도에서? 난 책임 없다!”
“됐으니깐 떨어뜨려!”
“에잇 제기랄!”

상공의 헬기 카고 해치는 이미 열려 있었다.
그 해치 안쪽에서 커다랗고 검은 덩어리가 미끄러져 나와 낙하한다.
짙은 어둠과 연기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짐작컨대 AS다.




-중략-




낙하한 물체-정체불명의 AS는 공중에서 가볍게 몸을 틀어서는
소스케의 눈앞. 대략 10미터 가량 떨어진 지상에 착지했다. 몹시 원활하고 무난한 착지다.

“…으”

피어오른 물보라가 겉히자, 주위에서 불타오르는 불꽃에 비쳐서 착지한 자세로 무릎을 꿇은 AS의 전모가 그제야 드러났다.





(이 기체는…?)

말쑥하고 단단한 실루엣. M9과 같은 제3세대형 AS이리라.
가장 비슷한 것은 그 기체-아바레스트였다. ARX-7 아바레스트와 똑같은 날카로운 두 눈.
허나 이 기체는 아바레스트보다도 훨씬 볼륨감이 있었다. 무시무시한 파워와 순발력을 여실히 드러내는 굵은 팔다리.
어깨 장갑 위에는 대형 대포가 장착되어 있다. 보통 AS로는 다룰 수 없어 보이는 크기의-그렇다. 무슨 전차에나 탑재될 만한 중장비다.




-중략-




소스케는 그곳이 전쟁터라는 사실도 한순간 잊은 채 멍하니 그 기체를 올려다보았다.

『오랜만입니다. 중사님』

몹시 그리운 목소리가 외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알인가?”
『어퍼머티브. 단 본기의 명칭은 ARX-8 레바테인입니다. 사가라 중사님. 전쟁에 복귀하는 것을 허가해주십시오. 』

그렇다. 아직 싸울 수 있다. 아직 쫓아갈 수 있다. 이 녀석과 힘을 합치기만 하면….

“물론이다. 허가한다.”
『영광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일단은 탑승하시길.』

적 몇 명이 이쪽에 대고 사격했다. 장갑에 맞고 튀겨나는 총탄과 불꽃.
소스케는 AS의 손바닥에 뛰어올라 어려움 없이 기체의 등 쪽으로 돌아들어갔다.




『신품 장갑에 금세 흉이 지고 말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우아한 첫 출전이 되길 바랐습니다만.』
“수다는 여전한 모양이군”
『최근 몇 개월간 이야기 상대가 없어서 심심했던 터라.』
“나 원….”

무슨 잘난 척이람. 걱정해주었다가 손해 봤다.




-중략-




평면 스크린에는 끈질기게 이쪽에 대고 발포하는 적 보병부대,
그리고 이쪽의 존재를 알아차린 거대 AS 베히모스가 공격태세로 들어가고 있다는 정보가 표시되고 있었다.
통상 사이즈의 AS 코다르 타입도 전개 중이다.

『경고. 적 AS 베히모스 타입 세대, 코다르 타입 세대. 중장비 보병부대가 약 2개 소대』

보통 AS였다면 절대 당할 수 없는 전력 차이다. 한 대로도 실컷 애를 먹은 베히모스가 세 대나 있으니까.
그러나-

『일단 한바탕 날뛰어보겠습니까?』

소스케는 심호흡을 하고 조종간을 고쳐 쥐었다.
최근 반년 동안 느껴본 적이 없었던 고양감.
논리를 넘어선 전능감이 온몸을 구석구석 흝고 기체에 감춰진 힘이 그에 반응한다.



무능한 적기가 다 합쳐서 여섯 대?
좋았어. 모조리 피바다로 만들어주마-

기체가, AI가, 그리고 그 자신의 피가 대담한 투지로 세차게 끓어오른다.

“좋다. 3분 안에 정리한다.”
『3분은 무리입니다. 4분 12초 정도를 예상합니다. 』
“시끄러워. 간다…!”
『라저. 중사님』

전투기동. 대지를 박차고 레바테인은 그야말로 불꽃의 검이 되어 적에게로 도약했다.






-중략-




최초 도약으로 소스케의 의식은 하마터면 어디론가 날라갈 뻔했다.
무시무시한 G로 인해 온몸의 혈액이 발치로 몰려간 듯한 감각. 시야가 좁아지고 캄캄해진다. 이를 악물고 조종간을 고쳐쥔다.
“…….!!”




아슬아슬한 순간에 의식을 되찾고 스크린 상의 G미터와 고도계로 시선을 주었다.
순간적인 중력가속도는 30G 이상. 이것은 아예 항공기 사고에 가깝다. 고도는 80미터. 몇 초 전까지 있던 헬리포트는 훨씬 아래다.

이 AS는 대체 뭐란 말인가.
이 파워는 대체.

“뭐지. 이건….?!”
『교육 메시지. 이것의 대상을 정의하여 주십시오.』

알이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기체의 도약력과 설정의-“
『농담입니다. 꽤 괜찮지 않습니까?』
“너……!”

소스케는 혀를 찼다. 알은 융통성 없는 통상형 AI 흉내까지 낼 수 있게 되었다.

『실례했습니다. 실은 제대로 시운전도 안 한 상태라서요.』
“뭐라고?”
『이 기체는 극히 한정된 환경에서 비밀리에 건조된 것입니다.
저도 훈련장에서 작동 테스트를 요구했습니다만 ‘그럴 장소도 시간도 없다’고 기각됐습니다.』




-중략-




한대 격파.
맨손만으로 이 정도의 파괴력이라니.

『성공. 의외로 어떻게든 되는 법이군요.』
“식은 땀은 나왔지만….!”
『강제냉각 개시.』





레바테인의 뒤통수가 날카롭게 열리며 그 안에서 머리카락 모양의 방열사가 대량으로 뿜어져나왔다.
코다르와 똑같은 포니테일 형태의 유닛이지만 그것이 펼쳐지는 모양은 ‘자란다’기보다는 엄청난 열탕이 수도꼭지에서 분출되는 듯한 기세였다.




-중략-




광학센서에 반응. 두대의 코다르가 접근했다.

“무기는?”
『다양하게 있습니다. 우선은 이것이 어떨까요.』

무장 제어 계기반에 표시.
기체의 간략도. 두 다리 무릎 부분이 푸르게 깜빡거린다. ‘GRAW-4/MMC’라는 문자. 두 자루의 대형 단분자 커터다.

“좋아.”
『라져.』

균형이 맞지 않을 만큼 큰 레바테인의 두 무릎 장갑에는 접이식 단분자 커터가 들어 있었다.
무릎의 장갑이 열리자 두 자루의 단분자 커터가 불꽃을 튀기며 밀려나왔다.






레바테인은 손잡이 부분을 잡고 힘차게 뽑아낸 다음 큰 독수리가 날개를 펼치듯 좌우로 쳐들었다.


 




-중략-




또 한대의 코다르가 뒤에서 접근한다. 이미 레바테인의 양팔은 막혀 있지만 그 옆구리 아래가 재빨리 열리면서 안에서 소형 머니퓰레이터가 출현했다.





(감춰진 팔…?!)
조종자의 사지의 움직임을 확장해서 재현하는 AS는, 원리상 그 이상의 팔을 조작할 수 없다.
그러나 그 팔은 마치 또 한 사람의 조장자가 조종하는 것처럼 능숙하게 동작했다.





한 쌍의 ‘팔’은 허리의 하드 포인트에 장착된 수류탄을 들고 뒤에서 접근하는 또 한대의 코다르에게 연속해서 던졌다.




-중략-




“이 팔은 뭐냐.”
『보조 팔입니다. 공격 보조. 탄창 교환. 정밀작업 등에 유용하게 쓰십시오. 제어는 제가 하겠습니다.』
“팔이 넷이라, 기분 나쁘군….”
『저는 마음에 듭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중사님의 취향은 도외시하여 주십시오.』
“………”




-중략-




코앞의 베히모스가 발포했다. 레바테인은 몸을 돌려 지금 막 격파한 적기의 장갑 그늘에 숨었다.
30밀리미터 포탄과 성형작약탄이 주위에 명중. 세찬 불꽃과 폭음을 마구 뿌려댔다.

“더 이상 아까 같은 상황은 사양하겠다….! 다른 무기는 없나.”
『맡겨주시길. 이쪽입니다.』

무장 제어 계기반에 표시. 등에 장착된 화포의 표시가 깜빡인다.

“데몰리션 건. 165밀리미터라고…..?”





소스케의 목소리가 뒤집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였다.
165밀리미터라는 포탄 사이즈는 AS의 화기로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표준적인 AS용 라이플이 40밀리미터. 화포보다도 훨씬 위력적인 전차포가 120밀리미터.
이것도 50톤급 전차가 간신히 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물려 10톤 정도의 AS로야.

“공병용 화포 아닌가?”

‘데몰리션 건’은 원래 거치적거리는 건축물이나 구조물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하는 파쇄포를
가리키는 것이었으나 이 기체가 장비한 그것은 순수하게 전투용인 듯했다.

『이 화기는 전투용입니다. 작약도 반동도 차원이 다르므로 주의하시길. 람다드라이버 없이는 발포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런 무지막지한 것을-.

“쏠 수 있는 건가….?”
『모릅니다. 좌우간 시험사격조차 안 했으니깐요.』




-중략-






집중한다. 레바테인의 역장이 적의 역장을 막아내고 바람처럼 흘려버린다.
데몰리션 건을 한 손으로 든 다음 포구를 적의 뒷통수에 대고 기합을 넣어 방아쇠를 당긴다.





다섯 대 격파.

“지독한 반동이로군.”

데몰리션 건을 재장전하며 소스케가 중얼거렸다.

『예상 밖입니다. 그런 식으로 쓰실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몇 년이나 파트너로 있어놓고도 아직도 내 방식을 모르나?”
『중사님과 함께한 것은 약 1년하고도 2개월입니다. 그다지 길지 않습니다만.』
“그러고 보니 그렇군.”

마지막 적기는 거의 3킬로미터 떨어진 해상에 있지만 교전할 생각이 없는지 이쪽을 향해 위협사격을 시도하며 고속으로 멀어졌다.

『M6 후퇴. 전역에서 철수할 작정인가봅니다. 추격하시겠습니까?』
“가능하다면 시도하겠지만 저 거리로는 이미 무리일 거다.”
『아니요. 가능합니다.』
“무슨 뜻이냐.”
『예비 암 D 작동.』

무장 제어 계기반이 점멸.
등에 장착한 마지막 장비-착탈식 포신이 기체 전방으로 밀려나와 데몰리션 건에 접속되었다.
기어소리와 록 소리. 대형이면서도 극히 짧은 사이즈였던 데몰리션 건이
포신을 장착하는 것만으로도 전차포마저 초월한 길고 커다란 화포로 변신했다.





『‘건 하우저 모드’로 이행 완료. 곡사탄도라면 최대 사정거리는 30킬로미터입니다.』

AS에 건 하우저-장포신 유탄포라고? 상식을 벗어난 장비에 어이없어하다가 소스케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래. 시험해주마.”

거의 자조적으로 중얼거리는 소스케.

『그렇게 말씀해주실 줄 알았습니다.』
“시끄럽다.”




-중략-




발포.
전과 마찬가지로 무시무시한 반동이 닥쳐왔다.
기체의 신장을 웃돌 만한 거대한 불덩어리가 생겨나, 정면의 모래를 폭발적으로 말아 올렸다.






포구에서 튀어나온 포탄은 소스케의 의지를 담아
예정된 궤도를 완벽하게 내달려 퇴각하는 베히모스의 뒤통수 한가운데에 명중했다.
둔중한 잔향과 함께 마지막 베히모스가 앞으로 천천히 고꾸라지더니 바다로 가라앉았다.

여섯 대째 격파.
한숨을 푹 내쉰 후 소스케는 알에게 물었다.

“….알.”
『예, 중사님.』
“몇 분 걸렸나?”
『5분 52초입니다.』
“……”
『……』

어색한 침묵. 잠시 기다린 후 알이 조심스레 말했다.

『자신만만해 보이셨습니다만, 저만한 상대로 역시 3분은 무리였군요.』
“시끄럽다. 네가 말한 4분 12초도 무리였잖나.”
『인간 주제에 뚜렷이 기억하고 있을 줄은. 실은 꽁하는 타입입니까?』
"대체 넌 어디서 그런 어휘를 배워온 거냐?"
『공교롭게도 몇 개월이나 조정병에게 버림받다 보니 방송이나 인터넷을 열람할 기회는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
『원하신다면 더 천박한 말투도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 남부의 저소득층풍은 어떨까요?』
“그만뒤.”

나 원. 말끝마다 물고 늘어지는군. 성가신 말투도 예전 그대로다. 소스케는 숨을 크게 내뱉은 후 투덜거리듯 말했다.

“허나 뭐…… 무사해서 다행이다.”




-후략-






이상 19권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밤에 아이 두명 재우고 제한된 시간에 급하게 찍다보니 원하는 구도로 제대로 안찍혀서 좀 불만족스럽네요. ㅜㅜ

그래도 꼭 해보고 싶었던 잉여질(...)을 드뎌 해보니 속이 시원하긴 합니다. ㅎㅎㅎㅎ


조만간 XL-3 부스터를 장착한 최종결전사양의 무장으로 소설의 마지막인 21권과 22권을 재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장담 못하지만...;;;)









TO BE CONTINUED!!